
요즘 신입들은 도메인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AI를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아직 뭐가 좋은건지 별로인지 판단하는 눈도 없고,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AI가 내놓는 답을 먼저 보게 된다. 물론 요즘 시대에 AI를 쓰지 말라고 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나도 매일 쓴다.
그런데 요즘은 내가 주니어일 때 AI가 없어서 참 다행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AI를 쓰지 않고 맨땅에서 자기 머리로 끝까지 생각해 보았던 시간들이, 지금 너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 그냥 멍을 때리며 모니터를 오래 바라보고 있어보기도 하고, 다섯 줄의 카피를 쓰는데 세 네 시간이 걸려보기도 하고, 다른 업무 모두 제쳐놓고 기획안 하나 쓰는데만 꼬박 이틀, 20시간이 걸려보기도 했다. 누가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 상태에서 어떻게든 자기 방식대로 해쳐나가본 경험. 나는 이 경험을 해 봤기에 지금 이만큼이라도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주니어 때 AI 없이 썼던 카피들이 지금 AI의 도움을 받아 쓴 카피들보다 더 괜찮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일을 직접 해보고, 많이 틀려보고, 여러 번 다시 만들어본 사람이 결국 발전한다. 신입일수록 오히려 AI를 조금 불편하게 써봤으면 한다. 물론 AI가 금방 해줄 수 있는 단순 작업을 일부러 몇 시간씩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 다만 방향성이 없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AI에게 맡겨버리지는 않았으면 한다. AI 없이 기획의 뼈대를 혼자 만들어본 다음 AI를 썼으면 한다.
결국 AI를 잘 쓰려면, AI 없이 생각해본 경험이 먼저 쌓여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 경험이 더욱 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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