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고난 후 고객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들 한다.

나는 그 말을 육아를 하면서가 아니라, 일을 하면서 실감했다.

처음 마케팅을 시작할 때는 그럴듯한 기술을 먼저 익히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마케팅은 결국 사람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온다. 아이를 낳고 업무를 다시 해보니, 그동안 그 이해가 얼마나 얕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육아를 해본 적이 없던 시절, 타깃이 엄마라고 하면 나는 육아하는 엄마들의 심정을 그저 막연하게 상상할 뿐이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시간을 지나는 동안 그들의 마음이 어떤 상태가 되는지, 그 시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직접 겪고 나서야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었다.

엄마들은 나한테는 아껴도 아이한테는 안 아낀다.

내 옷은 몇 년째 같은 걸 입어도 아이 옷은 계절마다 새로 산다. 내 밥은 대충 때워도 아이 이유식 재료는 원산지를 본다. 나에게 쓰는 돈은 소비지만, 아이에게 쓰는 돈은 내가 좋은 엄마라는 확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엄마를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들은 고객의 감정을 건드리는 일을 정말 잘한다. (유아용품 마케팅이 고객의 감정을 건드리는 데 있어서는 거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함) 엄마가 되기 전에는 그게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되고 나니 내가 그 안에서 직접 지갑을 여는 사람이었다.

이걸 알고 나서는, 엄마 타깃 브랜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서 유아용품 마케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 나는 전에는 쓸 일이 없던 온갖 앱과 서비스를 쓰게 됐다. 새로운 형태의 소비를 하게 됐고, 그 소비를 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디자인과 UI, UX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요즘 보통의 사람들이 떠올리지 못하는 아이디어가 나에게 번뜩번뜩 떠오르는 건, 90% 이상 엄마로서 겪은 소비자로서의 경험 덕이라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엄마가 된다는 건 삶의 해상도가 높아지는 일이다.

나는 엄마인 것이 어떤 일을 하든 꽤 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케팅 업무뿐만 아니라.

생각해보면 우리 삶에서 마케팅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결국 우리는 계속 사람의 마음을 읽고, 누군가를 설득하고, 선택하고, 선택받으며 살아간다.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직접 겪어야만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나는 그런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많이 겪었다.

그래서 엄마로 살아온 시간은 마케터로서도 가장 밀도 높은 훈련이었다고, 나는 지금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내가 엄마인 게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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