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정말 이기적인가?

『휴먼카인드』가 뒤집는 인간 본성

“사람은 원래 이기적이야.”
많이 듣는 말이다.

사람을 믿었다가 손해 본 사람에게는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사람을 너무 믿어서 그렇다고. 세상에 이기적이고 나쁜 인간이 얼마나 많은데 그렇게 순진했느냐고.

나도 착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여러 사람에게 상처받고 손해 봤던 일을 떠올리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마음을 타고난다고 여겼다. 상황이 나빠지면 다들 자기 살길부터 찾는다고 생각했다.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휴먼카인드>는 이 익숙한 인간관부터 의심한다. 인간이 본래 이기적이라서 우리가 그렇게 믿는 걸까, 아니면 인간의 나쁜 모습을 훨씬 자주 보고 있어서 그렇게 믿게 된 걸까.

왜 인간의 나쁜 모습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질까?

미디어에서 크게 다루는 건 늘 범죄와 폭력이다. "오늘도 대부분의 사람이 서로 죽이지 않고 무사히 집에 돌아갔습니다"는 뉴스가 되지 않는다. 리얼리티 프로그램도 사람들이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보다 싸우고 경쟁하는 장면을 더 자주 보여준다. 매일 이어지는 협력과 친절은 너무 평범해서 눈에 띄지 않지만, 한 번 벌어진 끔찍한 사건은 오래 기억된다. 그런 장면을 계속 보다 보면 어느새 그게 사람의 평균인 줄 알게 된다.

더 똑똑했던 네안데르탈인은 왜 사라졌을까?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비교가 재밌었다. 네안데르탈인은 사피엔스보다 뇌가 컸다. 한 명씩 놓고 보면 오히려 네안데르탈인이 더 뛰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살아남은 것은 우리였다. 브레흐만은 네안데르탈인이 성능 좋은 컴퓨터였다면 사피엔스는 조금 느리지만 와이파이가 되는 컴퓨터였다고 비유한다.

사피엔스는 더 큰 집단을 이루고 살았고, 다른 집단을 오가며 새로운 사람을 만났으며, 서로의 행동을 따라 하고 지식을 나누는 데 능했다. 혼자서는 조금 덜 똑똑했을지 몰라도 연결되면 훨씬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한 사람이 모든 기술을 알아야 할 필요도 없었다. 누군가는 사냥을 잘하고, 누군가는 식물을 알고, 누군가는 도구를 만들었다. 한 사람이 발견한 방법을 다른 사람이 따라 하고, 그 사람이 다시 조금 고치면 지식은 개인의 수명을 넘어 쌓일 수 있다. 브레흐만이 주목하는 인간의 강점이 이런 사회적 학습과 협력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인간의 생존을 너무 '강한 개체의 승리'처럼 생각해왔다는 걸 알았다. 인간은 혼자서 가장 강한 동물도 아니고 가장 빠른 동물도 아니다. 대신 다른 사람에게 배우고, 함께 일하고, 이미 누군가가 알아낸 것을 이어받을 수 있었다.

인간은 왜 '호모 퍼피'가 되었을까?

이 책에서 가장 기억하기 쉬운 개념 중 하나가 '호모 퍼피(Homo puppy)'였다. 직역하면 '강아지 같은 인간' 정도다.

여기에는 드미트리 벨랴예프와 류드밀라 트루트의 은여우 연구가 등장한다. 연구진은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람에게 덜 공격적이고 더 가까이 다가오는 여우만 골라 번식시켰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행동뿐 아니라 생김새까지 달라졌다. 귀가 처지고, 꼬리가 말리고, 털에 반점이 생겼다. 주둥이는 짧아지고 스트레스와 관련된 호르몬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누구도 '귀여운 여우'를 만들려고 한 게 아니었다. 친화적인 성질을 골랐을 뿐인데 우리가 흔히 가축에게서 보는 특징들이 함께 나타난 것이다.

브레흐만은 인간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소개한다. 더 사납고 공격적인 인간보다 다른 사람과 잘 지내고 협력할 수 있는 인간이 오랜 시간 더 유리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얼굴이 이전 인류보다 부드러워지고, 어린 시절의 특징을 성인이 되어서도 많이 유지하게 된 것도 이 '자기 가축화' 가설로 설명한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호모 퍼피다.

진화를 '가장 강한 자의 생존'이라고만 생각하면 인간은 잔인한 종으로만 보인다. 우리는 상대의 표정을 읽고, 얼굴을 붉히고, 다른 사람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도록 눈의 흰자위까지 크게 드러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속마음을 완벽하게 숨기는 능력보다 서로의 감정과 의도를 읽는 능력이 더 중요했던 흔적처럼 보인다. 사람은 그냥 그렇게 태어났다고 생각했지, 이걸 진화의 관점에서 바라본 적이 없었는데 신선한 이야기였다.

그럼 <휴먼카인드>는 "인간은 착하다"는 책일까

완전히 그렇지는 않다. 인간에게 협력적인 성향이 있다는 말과 인간이 항상 선하게 행동한다는 말은 다르다.

우리를 서로 돕게 만드는 소속감은 동시에 '우리 편'을 만들기도 한다.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에게 충성하는 마음은 좋은 것이지만, 그 범위가 좁아지면 바깥 사람을 배제하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책은 전쟁이나 학살, 폭력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고 대신 질문을 바꾼다. 인간이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협력하려는 존재라면, 왜 어떤 상황에서는 그렇게 잔혹해지는가.

<휴먼카인드>는 "인간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사회적인 동물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았다. 사람은 주변 사람에게 배우고, 집단의 영향을 받고, 다른 사람의 기대와 행동을 따라간다. 그래서 인간의 행동을 그 사람의 성격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 어떤 규칙 안에 있었는지, 어떤 행동이 인정받았는지에 따라 같은 사람도 꽤 다르게 행동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깊게 생각했던 건, "사람은 누구와 함께 있을 때 어떤 모습이 되는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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